라이프로그


2015/05/27 18:33

대만 여행기 1 놀러가기



...라는 다소 촌스럽고 상투적인 제목을 달아보았다. 거기다 번호까지. 
글쎄. 난 이제 더이상 창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. 

아무튼. 
2주 쯤 됐다. 대만에 다녀온 지.
대만에 왜 갔을까.
나도 잘 모르겠다. 난 왜 대만으로 갔지? 
유럽에 다녀오려고 했었다. 한 달쯤.
하지만 자금사정도 여의치 않고, 몸도 부실한 것이...
..........어쩌고 저쩌고.

글쎄. 변명이다. 사실은 가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. 혼자서는.
발리에 혼자 다녀온 뒤로 두 마음이 생겼다. 
혼자 하는 여행에 대한 동경/다시는 혼자 여행하고 싶지 않은 마음
후자는 숨겼다.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다. 
혼자 하는 여행의 초라한 점을 아무도 눈치챌 수 없게 했다. 
안타까운 눈빛으로 동정의 말을 꺼내는 사람들의 표정을
보고싶지 않았다. 볼 필요도 없었고. 
하지만 그 뒤로 무의식에 남은 것 같다. 
'다시는 혼자서 여행하고 싶지 않아'

특히 오래 전부터 동경하고 바라왔던 스페인으로의 여행이
혼자만의 길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강한 무의식이 작용했던 것 같다. 
내 갈 길을 막는 남자친구도 없겠다, 일도 그만 둘테고, 돈도 그럭저럭. 
하지만, 몇 번이나...수도 없이, 스페인 행 비행기 티켓을 취소했다. 
심지어 결제를 하고 난 뒤 수수료를 물어가면서 취소한 적도 있다. 
친구들에게는 아쉬운 척 했지만, 사실 난 아무 것도 아쉽지 않았다. 
- 그 아름다운 나라에서 혼자이고 싶지 않았다. 
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시간을 거쳐 공감한 후 억지로 감정을 섞고 싶지도 않았다. 
  여행지에서 새로 만나게 될 친구들에게 나눠 줄 마음의 여유따윈 없었다. 
취소된 스페인행 티켓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내 무의식의 산물이다.

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일부러 누군가와 동행하고 싶지 않았다. 
분명 말을 꺼내면 함께해 줄 사람이 있었겠지만, 
그건, 
싫었다. 

그래서 대만을 골랐던 것 같다. 
적당히 가깝고, 적당히 쉽고, 아무 기대도 없지만 (약간은)이국적인.
내 모든 마음을 감추고 남에게도 전혀 이상해 보일 것 없는 적당한 여행지
그게 대만이었다. 

그 나라에 전혀 기대감이 없다는 것이 그 곳을 고른 가장 첫 번째 이유가 됐다. 
누군가와 같이 가지 않아도, 내 감정을 누군가와 나누지 않아도 
전혀 아쉬울 것이 없는 나라. 적절해.
그리고 대만 정도라면 타인에게 얼마든지 외국에 다녀 왔다는 티도 낼 수 있어. 적절해.
다녀와 본 사람이 많아서 내가 도움 받을 곳이 많아. 적절해.
여러모로 대만은 아주 적절한 나라였다. 나에게.

그래서 갔다. 
그 어떤 기대도 없이. 준비도 없이. 
일주일 정도 남의 집에서 지내다 온다는 생각으로.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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